• 반이 달라진 교내 커플이 학기 초에 가장 먼저 해야 하는 것은 무엇일까. 여러 약속 필요하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학교 일과 중 어느 장소에서 어느 시간에 정기적으로 만날지를 고민하는 일일 것이다. 비록 반이 달라졌다 한들 바로 옆 반이고, 함께 기숙사에 살기 때문에 수업 시간을 제외하면 온종일 붙어있는 것과 마찬가지인 상황이라 해도.       따라서 설예원과 예주현은 많은 교내 커플이 그러하듯, 학기 초 둘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만남의 장소와 시간을 정했다. 급식을 먹고 난 뒤부터 학교 뒤편 공터에서 5교시 시작 전까지는 반드시 함께 있기. 싸우거나, 수업이 늦게 끝나거나, 밥을 늦게 먹는다 해도 만남은 반드시 그곳에서. 시험 기간이라 도서관에 가야 해도, 학생회의 회의가 있어 남은 점심시간 ..

  • 深海    싸늘했다.   비단 기차 바깥으로 눈이 내리고 있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아타나스 캠벨은 힐끗, 옆을 돌아보았다. 기차는 충분히 따뜻했고, 크리스마스를 끼워 연말까지 휴가를 떠나는 사람들의 목소리는 기쁨에 차 있었다. 그러나 유독 아타나스 캠벨과 에버니저 카이든 사이의 공기는 냉랭했는데, 시선 역시도 어긋나고 있었다. 아타나스 캠벨의 시선이 대체로 에버니저의 얼굴이나 그의 손끝, 혹은 예약해둔 호텔이 보내온 메일에 가 있었다면, 에버니저 카이든의 시선은 오로지 창밖만을 향해 있었기 때문이다. We wish you a merry Christmas···, 귓가로 신난 아이들의 노랫소리가 들린다.    행복한 크리스마스라.    이탈리아의 겨울 바다로 떠나는 이 여행에 잘못한 사람은 없는데 미안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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