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드러운 음악이 흐릅니다. 낯설기 짝이 없는 멜로디지만 어쩐지 애틋하고, 아련하게 느껴집니다.
이것은 어디서부터 들려오며, 누가 들려주는, 누가 듣고 있는 곡조인가요?
파도에 떠밀리는 것처럼, 귓바퀴를 맴도는 소리를 따라 정신이 좌우로 흔들립니다.
아득하니 멀어졌다가, 선뜩하니 가까워졌다가. 시작도, 끝도, 정체도, 의미도 알 수 없는 노랫소리의 끝에서……
:천솔아가 당신을 부릅니다. 눈을 뜨면, 두 사람은 연회장의 문가에 서 있습니다. 손을 내민 솔아는 노래하듯이, 즐거움에 겨운 목소리로 묻습니다.
:천솔아의 얼굴이 아주 가깝습니다. 코앞까지 다가온 천솔아의 질문을 제대로 이해하기도 전에...
왠지 모를 낯섦이 먼저 고개를 듭니다.
천솔아가... 원래 이렇게 생겼던가요?
온유담:
관찰력
기준치: |
75/37/15 |
굴림: |
90 |
판정결과: |
실패 |
:평소라면 입지 않을 드레스를 입어서 그런가요. 오늘따라 유독 낯선 것 같네요.
온유담:지금? (아니, 뭐지? 상황 파악 중...)
천솔아:응? 응. 여기 졸업 파티잖아. 그러면 춤 추는 게 당연한 거 아냐?
온유담:졸업 파티? ....... 뭔 소리야 이게? (물음표백만개표정)
천솔아:뭔 소리냐니... (대놓고 시무룩!) 우리 같이 초대 받고 온거잖아. 기억 안 나?
너 나말고 같이 파트너할 사람도 없으면서 계속 거절하고! 내가 너 꼬신다고 얼마나 고생했는데... 그걸 다 잊었어?
온유담:아니. 뭘 시무룩해져있는 건데. 누가 초대해준 거냐 이거........
어....... 잊었어. (별로 안 미안한 표정....)
천솔아:이걸 왜 잊는 거냐고~~~~~~~~~~ (괜히 네 볼만 한번 꾸욱 찌름) 아 어쨌든! 춤 추자니까, 안 출 거야? 나 오늘을 위해서 네가 골라준 것도 예쁘게 입고 왔는데!
봐, 잘 어울리지 않아? 온유담... 안목 제법 좋더라? (치맛자락 가볍게 들어올렸다 내려둔다.)
온유담:아니 진짜 잊은 건데 (찔림) ........춰? 야지? 아니, 이걸 내가 골랐다고? 누가봐도 니 취향인데 네가 고른 게 아니라?
아니 잘 어울리긴 하는데.......... (착잡해서 미치겠음) 나 사실 다중인격인가....
:유담은 그제서야 자신의 옷차림도 눈에 들어옵니다. 평소라면 입지 않을 정장을 단정히 차려입고, 가슴에는 꽃을 한 송이 달고 있습니다.
천솔아:잘 어울리기만 하는데? 그건 맘에 들어? (가슴팍에 달고 있는 꽃 툭 건드림)
온유담:이것도 네가 줬다는 거야 설마.......?
예쁘지? 맘에 들지?
온유담:어, 어어. (미치겠음) 아니 맘엔 드는데 하........
너 이름 뭐야.
:유담의 가슴팍에 꽂혀있는 꽃은 옅은 보라색을 띄고 있습니다. 꽃잎은 하트처럼 끄트머리가 둥글게 갈라졌고, 채 다 피어나지 못한 꽃송이의 모양새가 꼭 심장처럼 보입니다.
나 온유담임잖아?
우리도 재벌놀이 할 수 있어
온유담:어떤자식이 이런데에 너랑 나를 부르냐고 ...
사기ㅣ치지마
근데 꽃이 좀 이상하게 생겼어. 이거 진짜 네가 준 거야?
천솔아:이쁘기만 한데..............
이상해?
온유담:
관찰력
기준치: |
75/37/15 |
굴림: |
45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서늘한 꽃에서 달짝지근한 향기가 묻어납니다. 이런 꽃은…… 듣도보도 못했습니다.
주위를 둘러보면, 연회장의 문가입니다. 투명한 유리를 세밀한 각도로 깎아 빛을 떨어뜨리는 샹들리에가 천장에서 화려하게 빛납니다.
천장에는 커다란 벽화가 빈틈없이 그려져 있고, 바닥은 반질거리는 대리석으로 채워져 있습니다.
벽을 따라 긴 테이블이 서 있고, 색색의 음식이 지나가는 이를 유혹합니다.
샹들리에 아래의 댄스 플로어에선 벌써 몇 쌍이고 손을 잡은 사람들이 춤을 추고 있군요.
온유담:(진짜 적응 안 되는 환경이다.) 지금... 춰야 하는 거냐?
천솔아:야... 이왕 왔는데 한번은 춰야할 거 아냐? 내가 잘 해준다니까. (팔 휘적휘적) 나 팔 아파~
음...
으응
견뎌볼게
야 나보다 키도 큰 애가 나보다 가볍다는 게 말이 돼??
너 좀 먹어라
온유담:왜 잔소리야......... (딴청) 춤추자.
천솔아:아까는 춤 출 생각도 없는 것처럼 굴더만? 잔소리 하니까 어? 딴 소리 하고 어? (네 손을 낚아채고는 중앙으로 걸어간다.) 근데 어떻게 해야하는지 알아?
온유담:춤 줘줄 테니까 좀 조용히 해. (큼.......)
모르는데. 너 알아?
천솔아:나는 알지~ 네가 춤 신청 계속 거절하길래... 다른 사람이랑 연습하고 있었거든?
생애 딱 한번 올 수 있을까 말까 하는 곳인데, 그걸 그리~ 오기 싫다구, 싫다구... 으이구.
온유담:허? (이게 더 신경쓰임.) 다른 사람 누구.
아니, 난........ 아무것도 모르는데 이런 데에 어떻게 와. 어?
천솔아:너가 모르는 나의 수많은 친구들 중 하나?
아니이~ 초대장도 받고, 내가 오자고도 말했는데. 그럼 올 수 있는 거 아냐?
내가 너야? 초대한다고 덥썩덥썩 가게?
:천솔아는 아무것도 기억 못하는 당신을 이상하다는 듯이 물끄러미 쳐다봅니다. 하지만... 정말로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 걸요. 졸업 파티라뇨? 의문만이 가득합니다.
온유담:
지능
기준치: |
70/35/14 |
굴림: |
76 |
판정결과: |
실패 |
:케케묵은 기억을 떠올립니다. 졸업 파티의 초대장을 들고 무작정 당신에게 찾아간 천솔아. 건네받은 코사지와 연회장 문 앞에서 함께 섰던 것까지... 희뿌옇던 기억은 어느새 차곡차곡 돌아와 자리를 찾습니다.
아, 그렇습니다. 당신은 일주일 즈음 남은 졸업을 기념하며 천솔아와 함께 이 장소에 참여하기로 했었어요. 이걸 왜 잊고 있었을까요?
천솔아:그래서 내가 너 꼬신다고 고생했다니까. 갈 생각을 안 해서! 근데 너 술 마신 거 아니지?
:언제 쥐고 있었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 빈 잔을 천솔아가 가로챕니다.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샴페인 잔은 뜨뜻미지근해서 존재감이 없습니다. 달큰한 냄새만이 백일홍마냥 코 끝을 스칩니다.
술을 마셨을리가 없는데? 그런데도 묘하게 입 안이 달달한 것 같습니다. 분위기에 취하기라도 한 건지..
온유담:나 ....... 술 마셨어? (아니 진짜 취한 사람 같잖아 말이)
천솔아:못 봤는데... 마셨어? 마셔도 되는 거야? 샴페인이니까 괜찮은가... (의심)
온유담:저거 언제 쥐었는지 기억 안 나. (가져간 잔 가리킨다.) (쩝.......) 이상하네. 뭐 먹은 적도 없는데.
천솔아:너... 이런 곳 처음 왔다고 긴장하거나 그런 건 아니지? 그래서 까먹었다거나... (잔을 뒷 편 테이블에 내려두고 돌아온다.) 어쨌든... 춤은 출 거지? (네게 손을 내민다.)
온유담:그런 걸로 까먹는 사람 아닌데....... 아, 진짜 뭐지. (기억이 제 마음대로 되지 않아 슬슬 짜증날 지경이다.) 어, 춰야지. 네가 하도 애원해서 온 건데. (네 손 위로 슬그머니 제 손 얹는다.)
천솔아:흠, 흠~ 뭐, 잊으면 어때. 지금 여기 있다는 건 알고 있으면 되잖아? (겹쳐진 손을 맞잡고는 가볍게 웃는다. 네 반대팔을 잡아당겨 제 어깨에 얹게 한다.) 아이구, 영광이네요~ 발이나 안 밟게 조심해주세용.
눈이 내리지는 ㅇ낳지만, 퍽 추운지 한껏 서리가 맺혀 있습니다.
손을 잡고 천천히 댄스 플로어로 나갑니다.
때마침 새로운 곡이 시작되었네요. 왈츠입니다. 퍽 익숙한 멜로디군요.
예술 Roll
기준치: |
5/2/1 |
굴림: |
49 |
판정결과: |
실패 |
:클래식이란 하나 같이 비슷하게 들리니까요, 무슨 곡인지 몰라도 어쩔 수 없죠.
박자에 맞추어 걸음을 옮깁니다. 어깨를 감싼 손과 허리를 끌어안는 팔,
익숙하게 스텝을 밟는 구두 굽 소리, 시샘 추위에 파르라니 떠는 꽃잎처럼 활짝 펼쳐지는 드레스의 치맛자락……
동화책에나 나올 법한 낭만적인 순간입니다.
샹들리에의 빛 망울이 머리 장식에 부딪혀 찬란하게 바닥으로 추락합니다.
한껏 기분 좋은 감각에 취해있는 사이,
온유담:
민첩
기준치: |
60/30/12 |
굴림: |
35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유담이 한바퀴 턴을 할 차례가 찾아왔습니다.
천솔아가 놓아주고, 아슬아슬하게 한바퀴 돌고 다시 돌아옵니다. 정신 차리지 않았더라면 발을 밟을 뻔했네요.
천솔아:와~ 방금 대박 아슬아슬했네. (다시 네 손을 쥔다.) 나 맨발이라서... 밟으면 큰일 나. 알지?
온유담:잘 좀 돌려봐. (남탓....) 근데 어지러우니까 천천히 좀 돌려. (신고 있는 구두를 한 차례 내려다본다.) 까비...
천솔아:까비???????????????????????????????
까비??????????????????????????????????????????????????????
밟고싶냐??????????????????
야야 노래 나온다 노래. (딴청)
너 두고 봐라... ... (잠시 서로가 멀어졌을 때, 괜히 네 팔을 콱 잡아당겼다가 놓는다.)
온유담:어어 춤이나 줘. ......아야. (엄청 아픈 건 아니지만 일단 엄살 피운다. 어깨 위로 얹은 손에 힘 빡!!!! 줌.)
아아아아아프다고오옥
온유담:(킥킥) 그러게 조심 좀 하지 그랬냐.
천솔아:조심은 네가 해야하는 거 아냐? 참나...
온유담:
민첩
기준치: |
60/30/12 |
굴림: |
5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이번에는 천솔아가 한바퀴 돌 차례입니다. 손이 멀어졌다가, 다시 돌아오는 천솔아의 목적지는 분명... 당신의 발입니다만,
아주 민첩하게! 재빠르게! 발을 빼냈다가 다시 자리에 섭니다.
당신에게 발을 밟히고 말았지만요?
너 신발 밑창에 뭔 짓 했냐?????????????/
천솔아:미친......... 발등 까진 것 같아. (엄살임)
천솔아:아 진짜라고~~~~~~~~~~ (춤추다말고 냅다 쪼그려앉음)
봐, 발등 완전 빨개졌다구...............
온유담:에휴...... 봐봐. (같이 쪼그려앉고서 발등 부었나 본다.)
천솔아:못 걸으면 너가 업어줄 것도 아니면서... (툴툴거리면서 치맛자락 살짝 걷는다. 살짝 빨갛게 부어있는 발등. 심각한 거 아님)
온유담:현실적으로 내가 널 어떻게 업냐? ......야, 발 움직여봐. (괜찮은 것 같은데 역시 엄살피우는 거 아냐? 하고 봄.)
천솔아:와... 지가 밟았으면서 말로도 해준다고 안 해주네? (입 불퉁하게 삐져나옴. 발만 두어번 까딱거린다.) 아~ 아프다. 진짜 아프다. 이제 큰일났다. 나 오늘 못 걷는다.
온유담:잘만 움직이며너 엄살은........ (툭툭 자리 털고 일어난다.) 야 그럼 춤바람 끝이야? 30분도 안 돼서? 어휴, 다리가 아파서 어쩌냐 그럼 춤도 못 추겠네.
천솔아:와... 온유담 개치사해........ (황당하다는 얼굴로 올려다보다가 따라 일어난다.) 친구가 아프다는데 걱정은 못할 망정... 됐다, 나는 아픈 발 이끌고 춤이나 더 추련다. 너 말고 다른 사람이랑 출래.
온유담:넌 의사 지망생에게 엄살 부리고 싶더냐. (네 발치를 한참 바라보다 고갤 돌린다.) 진짜로?
천솔아:저 칼 같은 거 봐... 너 T야? (못마땅한 듯 한참을 입 꾹 다물고 있다가) ... 으휴. 내가 다른 사람이랑 춤 추러 가면 너 혼자니까, 그래서 있는 거야. 손 줘, 아쉬우니까 이 노래 끝날 때까지만 추고 있게.
온유담:어........ (맞는 말이라 차마 반박 못함.) 아니, 난 괜찮은데. 어..... 그래. (그래도 싫은 기색은 아니다. 얌전히 손 내민다.)
천솔아:흥... (네 손을 맞잡고는 다시금 중앙 쪽으로 향한다. 길게 흘러가는 노래에 맞춰서 발을 내딛는다. 아까전과는 다르게, 제법 차분하고 정석적으로 이어간다.)
:봄을 닮은 왈츠곡은 끝이 나지 않을 것처럼 아주 오래도록 이어집니다. 원래 이토록 긴 곡이었던가요?
아니면 함께하는 상대가 편해서 그런가, 순간이 영원처럼 느껴지는 걸까요?
어느 쪽인지는 알 수 없지만…… 연주가 계속될수록 댄스 플로어에 꽃향기가 가득히 차오릅니다.
마음을 평온하게 가라앉히는, 향긋하고 쌉싸래한 향기. 어디선가 맡아본 것 같은 향기군요.
온유담:야, 천솔아. (너무 차분해서 분위기를 못 견디겠다. 서투르게 스텝을 밟으면서도 얼마 안 가 다시 말을 건다.) 어디서 향 같은 거 나지 않냐.
천솔아:(오케스트라의 선율 사이 들려오는 목소리에 고개를 든다. 킁킁거리며 냄새 맡는 시늉을 하고) 향? 꽃향기 같은 게 나는 것 같기도 하고...
온유담:
관찰력
기준치: |
75/37/15 |
굴림: |
5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벚꽃 향기입니다. 봄 무렵 천지에 흐드러진……. 졸업식이 아니라, 입학식에서나 맡을 수 있는 바로 그.
꽃향기를 따라 고개를 들면, 천솔아의 어깨 너머로 다시 커다란 창이 보입니다.
아까 보았던 그 창입니다.
흰 격자 창틀 사이로 꽃송이들이 만개했습니다.
작고, 부드러운 분홍색을 띤…… 다섯장의 끄트머리가 갈라진 꽃잎. 벚꽃입니다.
겨울밤 특유의 차디찬 서리로 가득했던 창의 정경은 어느새 꽃이 만개한 봄으로 바뀌어 있습니다.
:가지 사이로 보이는 밤하늘조차 따뜻한 색으로 물들어 있군요.
이렇게 계절이 빨리 흐른다는 게... 말이 되는 일인지.
온유담:
SAN Roll
기준치: |
50/25/10 |
굴림: |
66 |
판정결과: |
실패 |
온유담:뭔가 이상한데. (노래 안 끝났나? 음악 소리에 귀를 기울여본다.)
천솔아:뭐가? (음악 소리가 멎자 네 손을 이끌고는 플로어 아래로 내려간다.)
온유담:아니, 이상하잖아. (창가로 다가선다.) 못 느끼겠어?
천솔아:모르겠는데... (네 뒤를 따라간다.) 예쁘면 됐잖아?
.....너 바보야?
천솔아:내가 너보다 공부는 못해도 바보는 아니거든?? 날이 조금 따뜻해졌나보지. 원래 벚꽃은 일찍 피잖아.
근데 너 배 안 고파? 밑에 음식 많던데. 그거나 먹으러 가자. 응? (네 손을 붙들고 창가 아래로 내려간다.)
온유담:아니 아까까지만 해도 겨울이었잖아. 말이 되는 소릴 해. (엉겁결에 내려가며........) 아 진짜 이상한데... (뒷목 매만짐...)
:천솔아는 당신의 손을 잡고는 홀의 가장자리로 향합니다.
그곳에는 긴 테이블이 놓여져있고, 위에는 색색의 요리들이 가득 쌓여있습니다.
중앙의 커다란 케이크가 유난히 눈에 띄는군요.
피망 수프와 나초, 치즈를 깍둑 썰어 넣은 큐브 샐러드, 연어크럼블 스테이크에 치즈를 뿌린 올리브 파스타,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라즈베리 파이, 설탕을 듬뿍 넣은 레몬 절임과 콩 스테이크, 버터를 발라 구운 감자, 코코넛 쿠키, 시금치를 반죽에 섞은 탓에 초록색 빵과 발사믹 소스, 토마토 카프레제, 치즈 수플레, 전복구이, 토마토 수프, 치즈 라비올리 라자냐와 립 아이 스테이크, 바닷가재 그릴, 티라미수와 에스프레소 젤리……
한 입씩 먹더라도 전부 먹을 수 없을 만큼 어마어마한 양의 음식들입니다. 테이블을 훑어보다 보면 문득 깨닫습니다.
온유담:
관찰력
기준치: |
75/37/15 |
굴림: |
29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음식이 하나 같이 차게 식어 있다는 것을요.
음식은 어느 것을 먹더라도 훌륭한 맛이지만, 아주 차갑습니다.
파스타 그릇에도 얼음을 띄웠고, 스테이크 따위의 고기도, 구운 채소도 전부 서늘한 온도입니다. 디저트도 마찬가지예요.
천솔아:유담아, 안 먹어? (이미 냉파스타 호로록 먹고 있음)
따뜻한 거 없어?
천솔아:에이... 여름에 무슨 따뜻한 음식이야.
시원하게 먹어야지.
하다하다 이제 계절까지 까먹냐...?
천솔아:응? 뭔 소리야. 여름이잖아. (창 밖을 가리킨다.) 봐.
벚꽃은 어느새 흔적도 없이 시들었습니다.
꽃잎도, 꽃향기도 남아있지 않습니다.
홀을 가득 채우는 것은 향긋한 음식의 냄새들뿐이고…… 창가에 드리운 나뭇가지에는 녹음이 푸르릅니다.
새파란 이파리가 흐드러진 사이, 바람 한 점 불지 않는지 창밖은 유난히 고요합니다.
분명 아까까지만 해도 봄꽃이 가득했는데...
온유담:
SAN Roll
기준치: |
49/24/9 |
굴림: |
65 |
판정결과: |
실패 |
천솔아:여름밤인데도 별로 안 더워서 다행이다. 그치?
온유담:우리 대화가 점점 이상해진단 생각은 안 드냐?
천솔아:뭐가 이상하지? (정말 이상한 걸 눈치 못챘다는 얼굴) 이거 맛있는데. 안 먹어? (네게 샴페인 한 잔을 내민다. 무알콜.)
온유담:됐어. 안 땡겨......... 아니, 쟤가 눈치가 없어도 저 정도까진 아니었는데 진짜 이상하네.
천솔아:그럼 케이크라도 먹자. 케이크 엄청 맛있어 보이는데? 여기 언제까지 있을 줄 알고. 지금 안 먹으면 나중에 배고플 걸? (쥐고 있던 걸 내려두고는 케이크가 있는 쪽으로 너를 데려간다. 뒷말은 무시함)
온유담:아니, 됐다니까. 나 원래 소식하잖아. (아 끌려감)
:커다란 케이크는 레드벨벳. 붉은 빵과 하얀 크림치즈가 어우러진 달콤한 것입니다.
산타의 옷자락을 닮은 그 케이크는 무려 3층이나 되는데, 제일 위에는 작은 산타 인형이 앉아 있습니다.
여름이라더니, 웬 크리스마스 케이크인지 모르겠습니다.
온유담:
관찰력
기준치: |
75/37/15 |
굴림: |
45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케이크 위의 인형을 자세히 보면, 산타가 아님을 금세 알아챕니다. 작고 앙증맞은 사이즈의 인형은 산타 모자를 쓰지도, 붉은 옷을 입지도, 선물 상자를 안고 있지도 않습니다. 대신 화려한 의자에 앉아 권태롭게 케이크 아래를 내려다 봅니다.
천솔아:에이, 그래도 먹어봐. 엄청 맛있게 생겼는데... (케이크의 아랫단을 한 조각 잘라서 네게 내민다. 제 몫은 물론 챙겨두었다.)
온유담:야, 너도 그만 먹어. 뭘 자꾸 먹고 있는 거야? (자긴 됐다며 고갤 절레절레.)
천솔아:아 진짜 맛있는데... 이거 안 먹으면 후회할텐데.. 정말인데... 진짜로 맛있는데...
진짜루엄청맛있는데... (네 손에 케이크 들려줌)
온유담:........ (냄새만 쫌 맡아봄....)
:몹시 향긋합니다. 천솔아의 말대로 엄청 맛잇을 것 같네요. 후회하지 않을 맛...
온유담:(끄트머리 진짜진짜진짜 쪼금 먹어봄...)
온유담:
운
기준치: |
60/30/12 |
굴림: |
28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포크로 케이크를 뒤적이는데, 그 안에서 작은 카드가 한 장 나옵니다.
온유담:? 뭐야. (슬쩍 꺼내서 봐봄....)
온유담:
지능
기준치: |
70/35/14 |
굴림: |
83 |
판정결과: |
실패 |
:오베론이라는 사람이 티타니아에게 고백하려고 했던 걸까요? 이벤트를 망쳐버린 걸지도 몰라요.
온유담:어어. 맛있네. (사실맛은잘모르겠음 맛있나요?)
어 끝내주게 맛있네
그치? 맞다니까~ 이것도 먹고, 요것도 먹고... 아. 이것도 맛있더라. (네 앞에 음식들 차곡차곡...)
온유담:인간적으로 내가 이걸 어떻게 다 먹냐? (차곡차곡 쌓이는 음식을 허망하게 봄.........) 너 다 먹어라....
천솔아:너 지금 위 늘려놔야지. 안 그러면 나중에 여행 가선 어떡하려고? 거기서도 맛있는 거 엄청 먹을건데?
온유담:그냥 너 다 먹이려고 그 때도........
온유담:야 이게 막 늘어나라고 하면 늘어나고 그러는 게 아니야
많이 먹다보면 위는 자연스럽게 늘어나는 거 아냐?
아프다
천솔아:내 치팅데이... (입맛 떨어져서 포크 내려둠)
나중에 고마워하도록.
천솔아:온유담 짜증나.........................................
천솔아:짱나...... (때리지도 못하고 노려봄) 근데 우리 위에 좀 올라가면 안되냐?
나............................... (우물쭈물) 옷......... 뒤에 좀 거슬려서 확인 해봐야할 것 같은데.
어...... 그래. 지금?
천솔아:응... ... (네 옷자락 잡아당긴다.) 가자.
복도를 나가 우측으로 꺾은 뒤 한 층을 올라가면 그만입니다. 어떻게 알고 있더라, 묻는다면…… 글쎄요.
창밖으로 눈이 내리기 시작합니다. 여름이 가득한데 눈이 내립니다. 눈이, 눈이 내립니다. 온통 이상한 일 천지입니다.
온유담:x랄......... (어이없어하며 게스트룸으로 향한다.)
:게스트룸은 단출한 구조입니다. 작은[책상]과 [옷장], 둘이 눕기에 약간 좁은[침대]가있습니다.
창은 보이지 않네요.
천솔아는 게스트룸에 들어오자마자 침대에 누워서 늑장을 부립니다.
천솔아:아~ 온 김에 좀 쉬고 가야겠다. 아까 네가 밟은 거... 아직 아프기도 하구.
온유담:그래라. 근데 아까 뭐 뒤가 거슬린다며. 그건 확인했냐.
하..... (나도쉬고싶은데)
천솔아:좀 누워있다가... 지금은 괜찮은 거 같기도 하고? (괜찮다는 듯이 손 팔랑팔랑)
온유담:나도 누울래........ 나와봐. (낑김)
천솔아:히히. (옆으로 꾸물꾸물 움직이고는 팔만 쭉 뻗는다.) 언니가 팔베개 해줄게.
온유담:이럴 때만 언니래. (하지만? 거절 않고 답싹 베고 눕는다.) 좋댄다.
천솔아:언니 맞긴 하잖아? (손 들어서 네 머리를 살살 쓸어준다.) 지도 좋아서 누워놓고는...
온유담:언젠 친구하자며. (가만히 눈 감고서 손길 받는다. 어쩐지 기분이 산뜻하고 좋다.) 야, 누울 데가 여기밖에 없어서 누운 거거든.
천솔아:친구 하나만 하는 것보단, 친구면서 언니인 게 더 좋지 않냐? (네게 닿는 손길을 멈추지 않은 채 웃는다.) 어이구, 잘 알았어용. 내 팔도 좀 푹신하긴 하지.
온유담:친구면서 언니인 게 어딨냐? 친구면 친구고 언니면 언니지. 까분다. (이마에 딱콩...) ...야, 내 머리 막 무겁거나 그러면 그냥 팔 빼. 아님 베개를 내놓든지.
천솔아:아얏. 야... 사람이 어떻게 하나만 해? 그때마다 역할이 다른 거지! (반대손으로 제 이마 문지른다.) 싫네요~ 우리 유담이, 머리가 아주아주 가벼워서~ 이러고 하루종일 있을 수도 있을 것 같네용. 그리고 베개는 내 거야.
온유담:말투 왜이래. 아무튼 진지한 게 십분을 안 가요. (또 꽁...... 때리고 슬슬 일어난다.) 다시 올 거니까 자지 말고 있어봐. ([침대]부터 대충 뒤적거림...)
:새하얀 침대. 이미 그 위는 천솔아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네요. 살짝씩 몸을 뒤척거릴 때마다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침대 시트 아래 무언가 놓여있는 것 같기도...
온유담:(빨리말해줘) (놓인 거 가지러감...)
매트리스는 새빨간 색으로 물들어 있습니다. 무르익은 단풍잎들이 짓눌리고, 뭉개지며 시트를 칠한 것입니다. 웬 단풍일까요?
:게스트룸의 창밖으로 붉은 단풍이 물결칩니다. 가을바람이 선선해선 이따금 불안하게 흔들리는군요.
마치 피에 젖은 것처럼 붉고, 붉고, 선명합니다. 그래서일까요? 이렇게 불길하게 느껴지는 것은.
온유담:
SAN Roll
기준치: |
48/24/9 |
굴림: |
36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그리고... 당신은 문득 깨닫습니다ㅣ.
게스트룸에는 창문이 없다는 것을.
온유담:
SAN Roll
기준치: |
48/24/9 |
굴림: |
48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한편, 단풍잎의 표면은 하나 같이 엉망입니다.
짓눌렸거나, 뭉개졌거나, 찢어졌거나. 심지어 벌레가 갉아먹은 것처럼 구멍이 잔뜩 나 있습니다.
온유담:
관찰력
기준치: |
75/37/15 |
굴림: |
18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벌레가 갉아먹은 그 흔적이…… 삐뚤빼뚤하지만, 글자를 이루고 낱말을 맞춰 문장을 적었습니다.
[당신의 온전한 행복을 바라요]
온유담:흠....... (마저 [책상] 보러간다.)
:[서랍]두 개가 딸린 작은 책상. 책상 위에는 심심풀이로 읽을 수 있는[책]몇 권과[잡지]따위가 널려 있습니다. 꽃병에는[파란 꽃]이 꽂혀 있군요.
:잠겨 있습니다. 열리지 않는군요. 열쇠가 필요할 것 같은데…
온유담:([파란꽃] 확인해본다.) 이놈의 꽃........
온유담:(열쇠를 찾아야하는거아냐?..............)
온유담:
지능
기준치: |
70/35/14 |
굴림: |
27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아, 그러고보니.. 이 게스트룸은 우리에게 주어진 곳이었죠.
당신이 잠그지 않았다면 천솔아 뿐입니다. 그가 열쇠의 출처를 알고 있을 거예요.
온유담:천솔아, 열쇠 내놔. (맡겨둔 것처럼...)
천솔아:에이... 그걸 왜 나한테 물어? (눈 꿈뻑) 그거, 너한테 잠겨있는 서랍 아냐.
:이상한 소리네요. 서랍이 지문인식을 하는 것도 아니고...
하지만 정말 그렇습니다.
그의 말을 듣고 뒤돌아보면, 서랍은 한 뼘이 조금 안 되게 열려 있습니다ㅣ.
온유담:
듣기
기준치: |
70/35/14 |
굴림: |
46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벌컥 서랍 열어봄.)
:서랍의 레일이 매끄럽게 미끄러지고 소리 없이 틈을 벌립니다.
그 안에는…… 물이 가득 차 있습니다. 넘쳐 흐르기 직전이에요.
찰랑거리는 표면 위, 혹은 투명한 수심 아래로 [비행기티켓]이 몸을 담그고 있습니다. 이런, 다 젖어버렸군요.
온유담:(집어도..... 되나? 티켓 꺼내본다.)
:티켓은 축축합니다. 출발지와 목적지는... 인천과 핀란드네요.
온유담:(티켓에 제 이름이 적혔는지 확인해본다.)
당신의 것이 맞아요.
온유담:(일단 챙겨보고...... 다음 서랍 열어본다.)
:서랍을 잡아당기는 순간 훅 퍼지는 것은 지독한 꽃향기.
서랍은[흰 꽃]으로 잔뜩 채워져 있고, 가운데에 흰[카드] 하나가 파묻혀 있습니다.
:종을 닮은 자그마한 모양의 흰 꽃들. 흔들면 딸랑거리는 소리가 날 것 같습니다. 은방울꽃이네요.
대체할 게 잇다면.. 사용해도 됨
자연
기준치: |
10/5/2 |
굴림: |
11 |
판정결과: |
실패 |
:은방울꽃. 틀림없이 행복해진다… 아름다운 꽃말과 모양새 덕에 부케에 자주 쓰이는 꽃입니다. 하지만 독성이 상당해 조금만 삼켜도 죽음에 이르게 하는 무서운 특징을 가지고 있어요.
(카드도 봐본다.)
:[졸업이 목전에 다가왔어요. 우리 함께 이별의 인사를 나누고, 춤을 춰요. 슬픔 따윌랑 잊고서……]
졸업 파티의 초대장다운 그럴싸한 문장이네요.
온유담:
관찰력
기준치: |
75/37/15 |
굴림: |
39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카드의 뒷면에는 보내는 이와 받는 이가 적혀 있습니다.
[티타니아가, 유담에게]
그러나 보내는 곳도, 받는 곳도, 목적지조차. 주소라곤 한 줄도 적혀 있지 않군요. 게다가 티타니아란 누군가요? 당신이 알던 사람인가요?
야 천솔아.
온유담:너 자지 말라니까. 티타니아가 누군지 알아?
천솔아:몰라........... (베개에 얼굴 박음)
천솔아:안 자... (눈만 빼꼼) 그거 소설 캐릭터 아냐?
야 그럼 오베른 어쩌고도 소설 캐릭터야?
천솔아:그랬던 것 같은데... ... 같은 이야기 주인공들일 걸? 뭐더라... 한여름 밤의 꿈이었나...
온유담:아, 그래. 알겠어. (그대로 [옷장] 뒤지러 감...)
:옷장의 양 문은 경첩이 없는 것처럼 부드럽게 열립니다.
옷걸이에 걸린 것은… 천솔아와 당신이 입은 것과 꼭 같은 야회복입니다. 왜 똑같은 옷이 들어 있는 걸까요?
온유담:
지능
기준치: |
70/35/14 |
굴림: |
87 |
판정결과: |
실패 |
묘하게 찝찝하네요. 다시 해볼까요?
지능
기준치: |
70/35/14 |
굴림: |
76 |
판정결과: |
실패 |
네~ 맞습니다
옷이 여러벌인 이유는
뭐가 묻으면 갈아입기위해서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책/잡지/파란꽃 안봣어요
(꽃보러감 우울..)
:옅은 보랏빛을 띠는 하늘색의 작은 꽃송이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습니다. 풍성한 꽃송이가 퍽 볼만하군요. 파란 수국입니다. 흰 방과 흰 가구 사이에서 시선을 잡아끄네요.
온유담:
지능
기준치: |
70/35/14 |
굴림: |
74 |
판정결과: |
실패 |
지능
기준치: |
70/35/14 |
굴림: |
72 |
판정결과: |
실패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발전하네
수국의 개화 시기가 언제였더라. 아마 6월, 혹은 7월쯤이었던 것 같은데. 흐릿하군요.
[로미오와 줄리엣, 오셀로, 한여름 밤의 꿈, 맥베스와 햄릿]…… 소설책이군요. 분량이 상당해서 다 읽으려면 시간이 꽤 걸릴 것 같습니다.
천솔아는 잠들기 직전인 것 같은데...
한 권만 골라볼까요?
(한 여름 밤의 꿈을 봐야겠다.)
요정의 왕 오베론은 요정의 여왕 티타니아에게 마법을 부려, 여왕이 온유담을 열렬하게 사랑하는 꼴을 실컷 구경하고, 만족한 뒤 마법을 풀어준다. 마법이 끝나자 티타니아의 사랑은 짧디짧은 한여름 밤의 꿈처럼 허무히 스러진다.
... 원래 이런 내용이었던가요? 마지막 장에 꽂혀 있던 카드가 떨어집니다.
[한여름 밤의 꿈은 짧을지언정 잊히지 않을 테니]
온유담:아니 소설에 내 이름이 들어가있어도 되는 거냐고.
소설인데. 티타니아랑 온유담은 국적도 안 맞잖아.
:그러게요. 왜 이상한 소설에 이름이 들어가있는 걸까...
온유담:(얼척없어서 [잡지]도 봐야겠다...)
:거절당하지 않는 프롬포즈 101가지, 알고 마시는 샴페인, 눈에 띄는 야회복 고르기……. 프롬에 관련된 팁이 여럿 적힌 하이틴 잡지입니다.
온유담:
자료조사
기준치: |
70/35/14 |
굴림: |
48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프롬 파티의 사건·사고 코너가 눈에 띕니다.
[아름다운 추억을 남기기 위한 프롬 파티지만, 결국 그다음은 이별의 순간이 찾아옵니다. Y 씨는 프롬 파트너, T 씨와의 이별을 끔찍하게도 싫어한 나머지 프롬이 한참 무르익은 그 밤에 테라스 너머로 몸을 던졌습니다.덕분에 파티는 엉망진창으로 끝나버렸어요. 그리고 학교는 조속한 시일 내에프롬 파티를 다시 계획해보겠다는 견해를 내놓으며……]
어떤 의미로는 Y 씨가 바라던 바가 이루어졌군요.
ㅋ
(이제 다 봤지? 다... 봤지?)
천솔아:아니이... 나 등 불편하댔잖아. 그래서 옷 정리 했는데, 아직도 거슬려가지구... 좀 봐주면 안돼? 지퍼 고장났나? (팔을 뒤로 휘적거리며 네게 등을 보인다.)
온유담:아, 그래. (지퍼 씹혔나 자세히 들여다본다. 사심 1도 없음.)
등을 자세히 쳐다보는데... 평소라면 붉은 것이 존재해선 안되는 게 아닌가요?
옷자락 사이로 붉고 얼룩덜룩한 자국이 눈에 들어옵니다.
온유담:
지능
기준치: |
70/35/14 |
굴림: |
16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꼭 무언가에 크게 부딪힌 것마냥. 금방이라도 붉은 것이 쏟아져내릴 것처럼 위태롭습니다.
온유담:너 여기 왜 이래. (등허리에 조심스레 손 올린다.)
천솔아:응? 아... 이거 때문에 불편했나. 옷 너무 딱 맞아서 그런가봐. (대수롭지 않다는 듯 으쓱인다.) 옷은 멀쩡한 거 맞지?
천솔아:응... 아프진 않은데. (정말로 안 아프다는 듯... 별 반응 없다. 옷을 추스리고) 우리 이제 내려갈까? 오래 있어서 그런가~ 좀 갑갑하다.
온유담:아까 발 밟혔을 땐 아파했으면서? 이게 안 아프다고?
(콕콕콕콕....)
천솔아:아, 간지러워!!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문가로 향한다.) 안 아프다니까? 진짜루.
온유담:야 그럼 이건? (이마에 개쎄게 딱밤 때려봄.)
온유담:아니 야 너 거울도 안 보고 살아?????
등이 막 얼룩덜룩하다고 멍청아!
천솔아:아니 뭐 옷이 좀 불편해서 피가 안 통했나보지!
진짜 안 아프다니까? 그런 거 있는 줄도 몰랐어. 등을 어떻게 보고 살아?
온유담:그 정도가 아니니까 하는 말이지. 너 여기서 더 쉬어야 하는 거 아냐?
천솔아:아냐~ 괜찮아. 나가도 돼. 애초에 몸이 불편해서가 아니구 옷 정리하러 온 거였는데, 뭐어...
(흘겨본다.) 네가 쉬고 싶어서 그러는 거 아니지?
나갔다와도 돼?
온유담:같이 가. (기지개 한 번 켜고 일어난다.)
천솔아:어차피 같이 가줄 거였으면서... (잠깐 기다렸다가 발 맞춰서 게스트룸을 나선다.)
온유담:내가 맞춰주는 거거든. 고마워해라. (옆에 답싹 붙어서 이동한다.)
:다시 홀로 내려오면, 느린 음악이 흐릅니다.
댄스 플로어에는 몇몇 커플이 춤을 추고 있고, 대부분은 테이블 근처에 서 있거나 자리를 비운 뒤입니다.
휑하네요. 천천히 주위를 둘러보며 걸음을 옮기는데... 조금 이상합니다.
이 사람들, 사람이 아니에요.
머리가 있어야 할 목 위에는 부글부글 끓는 거품이 대신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는 모독적인 색. 거품은 부풀었다가 터지고, 어떤 형태를 이루다 다시 녹아내립니다. 두꺼비를, 혹은 뱀을, 그보다 더 차고 소름 끼치는 것을 닮은 형상을.
온유담:
SAN Roll
기준치: |
48/24/9 |
굴림: |
11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왜 여태까지 몰랐을까요? 주위에 제대로 된 얼굴을 달고 있는 사람이라곤 당신과 천솔아 뿐입니다.
천솔아의 안색은 여전하네요.
괴이한 것들도 두 사람에게 관심을 두지 않습니다.
끔찍함을 느끼는 건 오직 당신 뿐이에요.
귓가에는 여전히 평온한 음악이 흐릅니다.
:당신은 어렵지 않게 한 가지 사실을 더 알게 됩니다.
이 홀 내에는 곡을 연주할 악기도, 스피커도 없다는 것을. 이 음악은 대체 어디에서 들려오는 것인가요?
그리고 다시 한번... 눈을 깜빡이면, 창 밖에 까맣고 차가운 밤이 드리웁니다.
앙상한 가지와 서리가 서린 창, 새까맣고 건조한 밤하늘……
겨울이네요.
우리가 처음 만났던 계절이고, ...
:이제 이정도 변화는 놀랍지도 않네요. 그렇죠?
천솔아:유담아, 올라가자. (네 손을 쥐고는 테라스로 향한다.) 춥진 않지?
온유담:어. 춥진..... 않은데. (잡지 않은 손으로 제 눈가를 벅벅 닦는다.) 내 눈에만 사람들이 이상하게 보이는 거야? (걸음이 유독 더디다.)
천솔아:음... 그래? 아까랑 다를 게 없는데. (몇 걸음 앞선 채 계단을 오른다.)
왜? 많이 이상해보여?
온유담:좀? 거품이 막 뽀글뽀글. 그냥 헛것을 보고있는 걸로 생각할게. (조금 뒤지만 바투 붙어서 계단 올라간다.)
격자창이 열리고, 커튼이 드리우고, 천 너머로 새어드는 희미한 불빛이 두 사람의 옆얼굴을 밝힙니다.
한겨울임에도 불구하고 추위는 전혀 느껴지지 않습니다.
테라스 너머에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새까만 어둠, 심연. 그저…… 깊고 깊은 수렁이 그곳에 존재할 뿐.
창을 통해 보았던 벚꽃, 여름의 녹음과 가을의 단풍, 겨울의 앙상한 가지는 찾아볼 수 없군요.
천솔아:유담아, 이거 마셔. (네게 샴페인잔을 내민다. 안에는 투명한 연보라색의 액체가 찰랑인다.)
온유담:이게 뭔데. (일단 받긴 하나, 마시지는 않는다.)
천솔아:술은 아니니까 걱정 말구. (그 외의 설명은 없었다. 그저 평소처럼 웃는다.)
온유담:제대로 설명해. 안 그럼 이거 버린다. (잔을 아슬해질 때까지 기울이는 시늉 한다.)
천솔아:그냥... ... (위태로운 잔의 끝을 바라보기만 한다. 다른 행동은 취하지 않았다.) 마셔주면 안되냐.
온유담:내가 마시길 바란다면 이유를 설명하래도. 갑자기 이러니까 나 당황하잖아. (침착한 얼굴임.)
천솔아:너를 위한 거야. ... 이렇게 말해도 안 될까? 마시고 나면 설명해줄게. 내가 너한테 나쁜 거 시킨 적은 없잖아. (아... 이건 뭐라 단정짓기 어렵네. 중얼거린다.)
온유담:그건 그래. (생각해보면 너는 단 한 번도 저를 위하지 않은 적 없었으니까. 이미 답은 나와있는걸지도 모른다. 찰랑거리는 잔을 한참 들여다보다, 한 번에 들이킨다.) 됐냐? 이제 설명해.
:잔을 기울입니다. 아찔한 단내가 쏟아집니다.
천솔아의 대답이 들렸던가요? 그건 알 수 없습니다.
지독하고 강렬한 향기에 휩쓸려 쏟아지는 끔찍한 기분에 휘말립니다.
곧이어 잔 속의 액체처럼 머릿속이 출렁입니다.
기억이 뒤섞이고, 재조립되고, 다시 완성되는 메스꺼운 감각...
독을 마신 것처럼 코사지마저 순식간에 시들고 머리를 떨굽니다.
온유담:
지능
기준치: |
70/35/14 |
굴림: |
93 |
판정결과: |
실패 |
기억나요?
우리가 여행을 가기로 약속했던 날.
우리는 교차로 앞에서 만나기로 했고,
당신은 횡단보도의 신호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주머니에서 진동이 울리고,
:꺼내든 휴대폰 화면에는 '앞에 봐!'라며 메세지가 반짝였습니다.
그 말대로 고개를 들면,
길 건너편에서 언제나처럼 환하게 웃고 있는 천솔아가 손을 흔듭니다.
당신도 따라 손을 흔들었지요.
신호가 녹색으로 바뀌고,
캐리어를 끌며 횡단보도를 건널 때...
:굉음과 함께 거대한 물체가 시야를 가득 채웠습니다.
사람들의 비명소리가 쏟아지고
유달리 쾌청하고 맑은 하늘 아래 붉은 것이 퍼져나갑니다.
그 중심에 있는 것은...
당신이 만나러 가던 사람이네요.
그 뒤의 일은 제대로 떠오르지 않습니다.
제대로 인사조차 하지 못하고 보내야 했던 서글픈 마지막을.
온유담:
SAN Roll
기준치: |
47/23/9 |
굴림: |
98 |
판정결과: |
대실패 |
천솔아는 당신의 앞에 서있습니다.
그렇다면 방금 떠올린 기억은 무엇일까요.
그 사이 누워있던 천솔아와 지금의 천솔아, 무엇이 진짜일까요.
온유담:천솔아. ......천솔아. (몇 번이고 더 네 이름을 되내인다. 한참 생각하는 듯 싶었다.)
너..... 진짜 천솔아 맞아? ....당연히 맞겠지만.
천솔아:응, ... 나 맞아. 내가 아니면 누구겠어.
이제 기억나? ... 괜한 걸 떠올리게 했나. 차라리 안 마시는 게 나았을지도 모르겠다.
온유담:그치만 넌........ ... 죽었잖아. (인상을 와락 구긴다.)
천솔아:응, ... 와, 이렇게 매정하게 말할 줄은 몰랐는데. (네 표정과는 반대로 웃어버린다.) 그래도... 마지막 추억이라고 생각하면 괜찮지 않아?
온유담:지금 이 상황이 이해가 안 가. ......네가 이렇게 태평하게 말하는 것도. 마지막 추억이라는 것도. .......그럼 이게 뭐, 꿈... 그런 거란 의미야?
천솔아:아까 꿈 이야기 같은 거 봤잖아. 말 그대로야. (몸을 돌려 테라스에 가볍게 기댄다.) 나는 죽었고, 여기는 꿈이고. 그러니까 계절이 막 변하고, 이상한 사람... 같지도 않은 것들이 있고.
애초에 꿈이 아니었으면 내가 이곳에 나타날 리가 없잖아.
그래도... 괜찮은 것 같아서 다행이다. 하필이면 마지막이 네 앞에서, 그렇게 되어버려서... 너 엄청 걱정됐거든.
온유담:알면서 연기한 거였냐고. (짙은 한숨이나 내쉰다. 네 기분이 아주 이해 안 가는 것은 아니다만.......) 야, 내가 괜찮아 보이냐? ....... 됐어. 난 남의 죽음까지 초연할 정도로 대인배는 아니란 말야.
......다시 너를 못 볼 거라고 생각했어. 네가 내 꿈에도 나와주지 않을 것 같았다고.
그런데 이런 꿈을 꾸다니....... 한편으로는 신기하고 한편으로는 거지 같아.
천솔아:네 앞에 나타나자마자 이건 꿈이고, 난 사실 죽었고... 이렇게 말을 할 수는 없잖아. (시선은 네 쪽에 고정한다. 흔들림 하나 없다.) ... 내 말은, 적어도 부정하진 않아서 다행이라는 거지.
내가 왜 꿈에도 안 나타나. 나, 너가 부르는 곳이면 다 갔잖아. 아냐? 그러니까 당연히 꿈에서도 나타나지... (하지만 꿈도 이것이 마지막일 게 분명했다. 애초에 작별을 위해 마련된 공간이니.) ... 그치만, 유담아. 이게 마지막이긴 할 거야.
우리, 그때 제대로 인사를 못했잖아. 그러니까... 인사하고 싶어서 왔어.
온유담:전엔 안 나왔잖아. ...정신없어서 그때 일은 거의 기억도 안 나는데, ....... (생각이 많아지는지 느리고 긴 한숨 내쉰다. 이제 와 네게 불만을 말하여도, 크게 의미가 없음을 알고 있다. 괜한 화풀이라는 것도.)
.......꼭 마지막이어야 해? 이제 다시 내 꿈에 안 나올 거야? ....내가 널 불러도? 부르는 곳이면 다 온다며. ... ....이게 더 잔인한 거 아냐, 천솔아.
천솔아:나도 가고 싶은데... ... 이제 네 목소리를 들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고, 갈 수 있을진 더더욱 모르겠고... ... 괜한 말은 안 하는 게 낫잖아. 나, 너한테 기대 같은 거 심어주고 싶지 않아.
이런 말... 내가 먼저 하게 될 줄은 몰랐는데. (옅게 웃는다.) 뭐어... 어떤 걸 나 대신으로 생각해달라, 이런 거 말이야. 의미 없으려나...
온유담:허. (웃는 걸 가만 바라본다.) 웃어? 내가 원래 하려던 말 선수쳐놓고 웃는다 이거지. (마찬가지로 한쪽 입꼬리만 끌어당겨 웃는다. 삐뚜름한 웃음.)
의미없거든. 그냥 널 기억에 묻고 살아갈 거야. 널 대신할 누군가를 구태여 만나고 싶지도 않고, 예의에도 어긋나.
어차피 이게 마지막 인사라면, 난 그냥 한 걸로도 만족하련다. 다시 못 보는 건 아쉽지만, ......원래는 못 보는 게 맞기도 하고.
천솔아:오늘 하루종일 안 웃더니, 이제서야 웃네. 좀 삐딱하긴 해도... (상관 없었다. 자신이 더 웃으면 된다.)
(완전히 몸을 돌려 텅 빈 창 너머를 향해 선다. 이쪽으로 와보라며 손짓 두어번,) 그럼 사람 말고, 이런 건 괜찮아?
온유담:네가 이상한 곳에 다짜고짜 끌고와서 아랍 왕자가 어쩌네 헛소리를 해댔잖아. (다시 뚱하게 돌아온다.)
.......뭐. (말은 퉁명스러우나 쪼르르 잘 따라간다.)
천솔아:에이... 네가 너무 캐물었으니까 그렇지. (가까이 다가온 네게 팔짱을 낀다. 언제나의 온기에 가볍게 몸을 기댄다.) 이걸로 기억해줘. 그거면 충분하니까.
눈이 내리는 것 같기도 합니다.
분명 쓸쓸하고 차가운 겨울이지만... 하지 못했던 인사는 끝마쳤습니다.
천솔아는 테라스 너머의 어딘가를 가리킵니다.
귀 기울여보라며, 작게 속삭거립니다.
그 말대로 눈을 감고, 귀를 기울이면...
샹들리에의 화려한 불빛, 모독적인 머리를 한 정체 모를 괴물들, 창 너머로 흐르는 사계와 꽃잎처럼 흩어지는 드레스 자락…….
주위를 둘러보아도 천솔아는 보이지 않고, 사위도 쥐죽은 듯 고요합니다.
무엇도 존재하지 않는 당신의 세계, 현실, 새로운 아침...
꿈은 흔적을 남기지 않으니, 달라진 건 아무것도 없습니다.
잠자리에서 몸을 일으키면,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베개 아래를 들추면 흰 카드 한 장과 시들지 않은 연보랏빛 꽃을 발견합니다.
카드에는 익숙한 필체로 한 문장이 적혀 있습니다.
눈을 깜빡여도, 문질러 보아도 그것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분명 우리의 마지막은 꿈이었는데, 이것은 생생한 현실 속의 물체입니다.
답해주는 사람은 없습니다. 새 지저귀는 소리만 선명합니다.
END 2. 티타니아, 한여름 밤의 꿈은 끝났어요.
천솔아 로스트, 온유담 생환
보상 : San 1d3 회복, 이름 모를 꽃 한 송이 (효과 : 소지 시 행운 +5)